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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이야기(2)

김용수 2003.04.20 19:24 조회 수 :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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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두 번째 과외를 갔다 왔습니다.

여전히 느끼지만 그 아이는 정말 최강입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곱하기만 죽어라 가르치고 왔지만 별 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상기시키지만 그 아이는 중학교 1학년입니다.)

오늘의 문제는 12000원으로 600원짜리 라면을 몇 개 살 수 있냐고 물었을때

그 아이는 당당히 720만개라고 답했습니다.

나 차마 무서워서 그 아이의 연습장을 보지 못했지만 아마 12000에다 600을 냅다

곱했을 것입니다.

전 정말 화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갑에서 12000원을 꺼내서 라면 720만개를

사 오라고 버럭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돈이면 자주 보는 거니까 잘 알겠지하는 얄팍한 생각으로 이번에는 직접 돈을 꺼내서 문제를 냈습니다.

지갑에는 저의 전재산인 만원짜리 6개와 천원짜리 2개가 있었습니다 .

본인 왈 " 여기 돈이 있으니까 우리 둘이 똑같이 나누어가지자?"

그 아이 왈" (돈을 보자 기분이 상기된 듯) 알았어요 선생님"

전 당연히 저에게 31000원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 아이를 얕잡아 본것이였습니다.

제 앞에는 22000원이 당당히 놓여있었습니다.

그러면서 " 똑같이 4장씩 나눴어요"

아 돌아가시겠습니다.

공책. 필통의 펜. 등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곱하기와 나누기를 가르치려고 했지만

결국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 아이의 멍한 얼굴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서고 말았습니다.

집을 나서자 마자 폐에 구멍이 날듯이 담배를 힘껏 빨아마시고 신촌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계속 생각했지요.

'어떻게 하면 그 아이에게 곱하기를 가르칠까? '

결국 저에겐 답이 없었습니다. 갑자기 저에게 자신이 하던 이 과외를 넘긴 동아리 선배의

악마같은 얼굴이 오버랩되었습니다. 그 선배가 저에게 과외를 넘기면서 남긴 그말이

이렇게 가슴에 와 닿을지 몰랐습니다.

"고생 좀 해!!!!!"

으레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이건 악몽입니다.

저두 시나리오를 쓸까 생각입니다.

"xxxx 과외하기" 자체 심의에서 삭제된 말이니 이해해주시길..

혹시 이런 과외하셔 본 적 있으신 분은 저에게 충고 부탁드립니다.. 제발....

정말 2번의 과외만에 엄청난 에피소드가 쌓였으니 한 달 정도만 하면

장편 대망 로망(이건 아니고) 서스펜스 학원 코믹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군요..

1주일에 4번은 정말 저에게 시련 그 자체입니다..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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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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