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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는다는 것...

기동 2003.06.03 03:54 조회 수 :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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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울 아부지도 사진찍는 것을 참 좋아하셨다.

지금 생각나는건... 나 초등학교 다닐때.. (실은 국민학교였다;)
놀러가면... 가끔씩 들기도 묵직한 카메라를 안겨주시면서...
사진을 찍을 기회를 주시곤 했다.

미리 나를 먼저 세워놓으시고 노출과 촛점을 잡으신 후에...
그대로 셔터만 누르라고 하시면서 당신이 나 서있던 위치에 서곤 하셨다.
셔터를 누를 때는 숨을 참아야 한다는 아버지 말씀을 너무 잘듣다가
숨을 너무 오래참아 오히려 손이 더 떨렸던 기억이 나기도 하고... 훗...

또 교회 행사가 있으면 언제나 아버지께서 사진을 찍으셨다.
임직식과 같이 큰 행사가 있으면...
전날 미리 아들을 데리고 교회에 가셔서...
그 아들을 이리저리 앉히고 세우면서 구도나 분위기를 미리 잡으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가끔 찾아보면 괜히 혼자 강대상에 서서 설교하는 듯한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 ㅎㅎ)

자기 얼굴이 나온 사진 몇장을 누군가가 건네주면...
그냥 생각없이 받을 수도 있지만...
그 몇장 몇장이 모여서 수십장이 되고...
사진을 찍어 현상하고 인화하고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건네주기까지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버지를 보면서 깨달았었다.

그래서 울 어무니는 사진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조금은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하셨었다. ㅎㅎ

...

세월은 흘러 이제는 당신의 아들이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다니는 것을 보시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러신가보다. ㅎㅎ

로모로 찍어온 사진을 아버지께 보여드리면...
잔뜩이나 촛점이 나간 사진을 보시면서...
(참고로 로모는 촛점거리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것도 사진이냐고 안타까와하시고... ㅎㅎ
나는 나름대로 분위기를 보라고 우기고;;
사진을 일단 선명해야 하는거라고 아버지는 다시 딱잘라 말씀하시고... ㅎㅎ

암튼... 아직까지 내 사진이 아버지께 인정을 받진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닮아서 사진찍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사실... ㅎㅎ

...

어느날 문득 필기를 하다가...
내가 쓴 숫자들이 아버지 필체하고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혼자 굉장히 놀랐었던 적이 있다.. ㅎㅎ

46개의 염색체... 3만개의 염기서열 속에...
그 사람이 습득할 필체에 대한 정보까지도 포함이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누군가를 닮아간다는 것... 또 그런것들을 문득문득 발견한다는 것...
뭐 그리 나쁘지 않다. ㅎㅎ

- 끄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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