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연세 YWAM 계좌번호 : 신한은행 110-293-670952 이미나

다윗의 뒷모습

정수 2003.10.06 17:59 조회 수 : 1659

어제 가을 전도학교 준비로 리더 모임을 하면서,
문득 다윗의 뒷모습을 봤습니다.

[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내가 간절히 주를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곤핍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

내가 주의 권능과 영광을 보려 하여 이와 같이 성소에서 주를 바라보았나이다

주의 인자가 생명보다 나으므로 내 입술이 주를 찬양할 것이라

이러므로 내 평생에 주를 송축하며 주의 이름으로 인하여 내 손을 들리이다 (시 63:1-4)]

물론 이 시는 다윗이 유다 광야에 있을 때 지은 시라네요.
관주를 보아하니 사울에게 쫓길 때 지은 시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가 그냥 나왔을까. 지금이야 성소와 성막이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리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지만, 당시의 성소라는 단어가 주는 거룩함과 위엄을 생각해봤을 때, 이런 단어 선택이 그냥 나올리는 없겠죠. 이전에 다윗이 성소에 있을 기회가 있었다거나 (물론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었겠죠. 제사장이 아니었으니. 하기야 진설병도 훔쳐?먹었긴 하지만...), 이 때의 이런 말이 시로서 나올 정도(로 강렬한 인상, 경험이었)였다면, 이 이후에 왕이 되어서도 성소에 종종 앉아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윗은 특이하게도 제사장이 아닌 왕인데도, 제사장이 드릴 수 있는 번제와 속죄제를 스스로 드렸기도 하고 - 물론 이것을, 다윗이 제사장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직접 한 것이 아닌) 하나님께 번제와 속건제를 드렸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 제사장만이 입을 수 있는 에봇을 입는 유별난 사람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때, 저런 엉뚱한 행동을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여튼, 그 때 떠오른 모습은, 다윗이 성소에 앉아서 지성소를 향해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리는 그 뒷모습이었습니다. 당연히 그쪽 방향이라면 제 눈에는 지성소 쪽이 바라보였겠죠? 우리에게는 지성소를 가리우는 휘장이 찢어진 채로 있지만, 당시 다윗에게는 그 앞에 검은색(?)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을 것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을 깊이 알고, 깊이 사랑한 사람이었죠. 그는 그 지성소에 있는 하나님의 존재하심, existence를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 다윗의 마음을 느껴보면서, 그가 느꼈을 것들을 하나 하나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열정은, 어쩌면 더 황당하게도, 내가 죽더라도 하나님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고, 그 지성소에 가득 차 있는 하나님의 영광에 잠기고 싶다고, 넘을 수 없는 그 지성소의 휘장을 향해 다윗을 한 걸음 한 걸음 인도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다윗의 시점에서, 현재 나는, 예수님이 찢으신 그 휘장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움 없이 볼 수 있었지요. 그 하나님의 영광... 그 하나님의 영광...

그리고 더이상 그를 만날 때, 무한한 영광에 직면한 유한한 존재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아버지의 따스한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첫 아담, 첫 아들로서의 예수님이, 우리를 구약에서부터 약속하신 새로운 백성, 새 이스라엘, 새 자녀들로 여기도록 하셨다는 것.

그 다윗이 앉아있던 성소를 통해 그 방 안의 여러 성물들과, 지성소와,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새로운 소망까지... 그렇게 여러 것들을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참 좋았죠.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