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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크리스마스

정수 2003.12.24 19:00 조회 수 : 1712

크리스마스 전야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안개로 뿌옇게 흐렸습니다. 마치 이 세대를 표상하듯이. 뿌연 가로등 불빛 사이로 신촌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주택가에는 적막함만 감돌며 간간히 창문 사이로 보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만이 사람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더군요.

예수님께서 오시던 날도 그랬겠죠. 말라기 이후로 수천년 동안 끊어진 선지자의 명맥. 그 밤은 오히려 헤롯대왕이 죽인 어린아이들로 인해 수많은 여인들의 절규어린 통곡소리가 그치지 않는 밤이었을겁니다. (물론 이 상황은 시기상 예수님이 태어나신 약간 뒤이지만)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라고 외치던 천사들의 소리는 곧 그 절규 소리에 묻혀버렸을지도 모르죠.

교회에서 구매해 보는 뉴스앤죠이를 보면, 이 세대에 소망은 참으로 끊어진것만 같습니다. 세상에서도 마지막 등불로서 인정되고 있고, 하나님의 전우주적 섭리가 응축되어 있는 전진기지인 교회마저 이 땅에 소망을 주기 어려운 상황인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의 모습은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참 어두운 세대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나 한 사람의 작은 헌신, 그것은 저 거대한 장벽 앞에서 계란과도 같이 작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전혀 변할 것 같지 않은 세상과, 오히려 부패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들을 보면요.

하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선교 현장의 소식들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치열한 영적인 전투와,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각성해 있어야 하고, 날마다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해야 하는 그곳에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어가고 있다는 소식들을 듣습니다.

그렇게 보면, 하나님의 나라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우리 나라의 교회에 주어진 촛대가 옮겨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찔한 현실이죠. 첫 하나님의 선택한 백성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세계의 지탄을 받으며 폭력과 학살을 일삼고 있는 이스라엘이, 이방인을 구원하시려 일부러 이스라엘의 눈을 어둡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그와 같이 점점 눈이 어두워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듭니다.

매년마다 듣고 읽게 되는 주기철 목사님의 일생 중에서, 산정현교회로 부임하시며 하신 말씀을 기억하면 마음이 뜨거워지지만, 뜨거워진 마음을 부여안고 있노라면 한줄기 흐르는 한서린 눈물 또한 느껴집니다. 한국의 예루살렘, 평양을 신사참배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단호한 결단으로,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내 하나님 나라에 가서 산정현교회와 조선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겠소. 내 이 죽음이 한알의 썩은 밀알이 되어서 조선교회를 구해주기를 바랄 뿐이오."라고 말씀하시던 그이의 유언을 기억하면, 참으로 서러워집니다.

오히려 지금 선교지에는 분명한 목적과 사명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더욱 건강하고 더욱 생명력이 있습니다. 고난과 핍박과 힘든 생활 환경이 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그들의 영은 참 맑고, 더욱 하나님만을 의지하게 됩니다.

J국에 갑니다. 어이없이 쫓겨난 사람들, 한순간에 전쟁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하나님은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이냐고 반문하는 그들에게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저 기름기 낀 영성을 가지고 대충 거룩한척 하며 대충 성경 지식 많은 척 하며 한국 교회라는 좁은 터울 안에서 자족하며 앉아있었던 제가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은혜스러운 억양 톤으로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를 외칠까요? 아아... 너무 너무 타성에 젖어버린 모습을 발견합니다. 단호한 신앙 양심으로, 하나님 앞에서 나를 돌아보며, 하지만 그럼에도 메마르지 않으며 사람을 사랑하는 그런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데.

이천년이 지난, 그리고 내 삶에서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수님의 그 모습은 생각하며 떠올릴때마다 신선함을 줍니다. 성육신하여 이 땅에 오심. 임마누엘의 하나님. 배반받으시고 짓밟힌 장미꽃처럼 꺾여버린 그의 모습. 이 땅에 내려올때조차, 하나님이 이 땅에 행하신 우주를 통털어 최고의 사건 - '하늘에는 영광'이라고 할만큼 아버지 하나님의 모든 영광이 총체되어 있는 그 사건조차 곧 수많은 아기들의 죽음으로 시작되어야 했던 그 분의 모습. 하지만 그의 한 길 삶을 살펴보면, 그의 삶이, 그의 말이, 그의 십자가가, 정말 생명력에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분이 승리하심. 그리고 그의 사도들로 말미암아 그의 나라를 확장하시며, 소아시아와 로마, 유럽, 아메리카, 동아시아, 이제는 중앙아시아와 중동에 미치는 그의 승리. 사도 요한을 통해 살짝 보여주신 그의 영원한 나라는 정말 사실로 다가올것입니다. 이 세상이 어두움이 가득 차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어가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기합니다. 도대체 사자굴에 어린 양이 뛰놀고 뱀의 굴에 어린아이가 손을 집어넣어도 상하지 않는 그 날이 어떻게 이를 것인지. 이제는 절망이 아니라 소망과 호기심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지금의 불의한 억압 구조와 불합리함과 억압과 핍박으로 사람들을 통치하는 위정자들이 아니라, 천년 왕국 다윗의 왕국을 다시 세우시고 친히 모든 사람들을 다스리시는 그의 다시 오심을 기다립니다.

계시록에 기록되어 있는, '우리의 피를 신원하여 달라'고 울부짖는 순교자들의 외침 속에 주목사님도 계시겠지요. 그리고 당신의 신부 되신 이 교회를 위하여 친히 중보하시는 대제사장도 볼 수 있겠지요.

언제까지 이런 한맺힘과 안타까움과, 부끄러움과 숙연해짐. 또한 그곳에서 발견하는 주 예수님의 모습과 그의 승리와 그의 다시 오실 약속과 소망과 믿음의 무한 루프 속에서 버둥대야 할까요.

여러 마음이 있지만, J국에 가서 이 영적인 교만함을 겸허함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내가 얼마나 부유한 자였는지 보게 되겠지요.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고 그의 행적을 좇아 행하며,
그가 어떤 마음을 품었었는지 체험하게 되겠지요.
그제서야 하나님의 마음을 천만분의 일이나마 알게 되겠지요.

그리고 주 예수님이 어떻게 승리하셨는지 알게 되겠지요.
그제서야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겠지요.

내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실효성이 있는지 그제서야 알게 되겠지요.
분노, 개혁, 계몽, 투쟁과, 겸손, 섬김, 사랑, 자기부인 중에서
어느 것이 정말로 변화를 가져오는지 명확히 볼 수 있겠지요.

과연 하나님의 지혜와 내 지혜 중에 어떤 것이 더 뛰어난지 볼 수 있겠죠.
그제서야 너무 바보같은 하나님의 방법이
하나님의 마지막 생명까지 짜내신 그 모든 것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겠지요.

주 예수님. 주 예수님.
자주 당신의 모습을 잊고 살지만,
점점 알아가고, 또한 지금도 명확히 아는건,
내가 단 한순간만이라도 당신을 잊게 되는 그 순간이,
내 삶의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살아가신 길.
곳곳에 당신의 흔적이 있는 그 길.
멸시받고 천대받는 자들에게 흘리신 당신의 눈물이 스며들어 있고,
하나님을 보지 못하고 슬피 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민망히 여기시며 섧게 우신 당신의 눈물이 배어있는,

그리고 그 눈물이 이제는 핏방울로 변해
그 사람들의 마음 속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그 길.

어설프게 당신을 따라가면서
그 흔적들을 하나 둘씩 발견하며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당신이 걸었을 그 길을 가며,
당신이 겪었을 그 가슴저밈을 느끼며,
당신이 겪었을 그 외로움을 느끼며,
당신이 받았을 그 위로를 바라보며,
당신이 보았을 그 소망을 발견하며,
당신이 기대했을 그 고난 이후의 승리를 바라보며,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며
그저 당신의 인도하심을 의뢰하며 나아갑니다.
그래서 고난을 온전히 기쁘게 여기며,
당신도 받아 겸손케 되신 그 고난을 하나 하나 감내하며
점점 당신의 형상이 내게 이입되는 것을 경이로움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나의 인생의 마지막 숨이 이르는 그 날에 이르러,
이젠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갈 그 날을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내쉬겠죠.

지금도 나를 포근히 둘러싸시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모습을
그제는 수건이 걷힌 것과 같이 즐거움으로 바라보게 되겠죠.

주 예수님, 그 날은 언제 올까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보다도 기다려지는,
주 예수님, 그 날은 언제 올까요?

주 예수님의 형상이 제게 임하시도록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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