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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고민하면서.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BBC, CBS, 뉴스앤조이를 뒤적거리다 맘에 드는 글이 있어서 올려봐요.


기도하면서 살 길을 찾자
나라를 위한 기도회...3월 16일(화) 저녁 7시 노량진 강남교회
2004년 03월 13일 16:33 [조회수 : 126]



작년 대선 때 노무현을 찍지 않았기 때문일까. 탄핵 결정 앞에서 그다지 감정적 동요가 없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 반응을 보니 나는 영락 없이 현실정치에 무관심하다 못해 냉소적인 이기적 인간처럼 여겨진다. 대한민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한 염원 앞에서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맘에 안 드는 노무현 대통령. 왜 미안한 맘이 들게 만들어. 그냥 고개 숙이고 '미안하다'고 한 마디 했으면 될 일을, 적의 염장을 질러서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드나. 나도 요즘 어느 사람에게 강력한 사죄 요청을 받으면서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꽤 고민하고 있다. 내 입장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왜 노무현이 저렇게 구는지 그 까닭을 대입해 생각해봤다.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하나는 그가 공개적으로 밝힌 것처럼 '잘못한 것이 뭔지도 모르는데(사실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곤란한 상황을 비켜가기 위해서 사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맞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그가 어떤 인생 역경을 겪었는지 자세히는 몰라도 그 가운데서 강력하게 형성된 자존심이 잘못이 있고 없고를 떠나 사과 요구를 수용할 수 없게 만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자격이 없다. 그래서 사과 안 한다면 확실히 내가 안 찍은 게 옳은 결정이었다. 세 번째는 상대방 심장에 불을 질러서 탄핵이 성사되게 만들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열린우리당 지지세가 확 올라갈 것을 계산한 정치전략일 수 있겠다. 세 가지가 다 맞물렸을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대통령에 대한 인상을 전제한다면, 첫 번째와 세 번째가 주요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내가 좀 개망신 당하더라도 이참에 상대방을 아예 작살내 버리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주효한 것 아닌가 싶다. 탄핵 하루 지난 주말의 여론은 그런 가능성을 현실화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별로 화가 나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았다. 노무현, 지 뜻대로 되는 것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내가 왜 화를 내.

그런데 사람들의 분노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내가 화를 안 내는 이유랑 그들이 화를 내는 이유가 완전히 다르다. 그들이 노무현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지금 미친 듯이 돌아가는 우리나라 정치판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민족의 장래에 대한 염려가 결합해 있는 것이다. 나보다 수준이 엄청 높다. 아니, 내 수준이 한참 낮다. 그래서 나도 분노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하지? 오후에 계속 고민을 했다.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어제 밤 기독교유권자운동 이진오 사무국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슬픔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별로 상대방을 잘 위로하거나 격려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 미안했지만, 문득 적임자에게서 마침 전화가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도회를 하자'고 했다. 마침 이진오 국장도 여러 사람들에게 '뭔가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제안들을 받은 모양이다.

이 시대는 분노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기도가 필요한 시대이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왜 신령해진걸까. 언제부터인가 하나님의 구체적인 개입이 선명하게 느껴지면서, 기도로 반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한반도 문제, 미국 문제, 정치권의 지각변동, 거짓 종교 지도자들의 행태 속에서 하나님의 입김이 느껴진다, 거기에 반응해야 한다, 그것이 살 길이다, 이런 생각 말이다.

다음주 화요일 저녁에 모여서 기도하자. 노량진에 있는 강남교회가 기도회 장소를 허락했다.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감사하다. 저녁 7시다. 누가 주최하는지 그런 거 따지지 말자.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말자. 노무현을 선택했든 이회창을 선택했든 그런 것 가리지 말자. 그냥 하나님 앞에 마음을 열자. 하나님의 자비의 숨결을 느껴보자. 하나님의 긍휼의 손길을 만져보자. 그 안에서 살 길을 만나자.

김종희 jhkim@newsnjoy.co.kr
(c)2004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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