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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의원의 회개?

최인혁 2004.04.11 00:10 조회 수 : 1811

제가 얼마전엔가 퍼올렸던 "유시민 의원이 본 한국 기독교"라는 발췌글..
유시민 의원의 2년전 인터뷰 기사가 지금
"근거없이 한국교회를 싸잡아 비난했다"는 문제로 불거져
유의원은 수많은 기독교인들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기독교 언론들과 각종 연합단체들이
선정적으로, 인터뷰의 진의와 문구를 왜곡하면서
기사를 작성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성도들을 선동하고
유의원을 마녀사냥식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유시민은 진보와 개혁을 가장한 빨갱이이고 사탄이라는 식으로..
실소를 금할 수없는 것은 어떤 이들은 그런 비난과 동시에
은근히 기독당으로 표를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독당은 쪽박을 차야합니다.. 그리스도라는 존귀한 이름을 그리스도인들의 동의없이, 그것도 오히려 개혁대상인 물러나야 할 인사들이 그렇게 맘대로 갖다 붙이다니..)

유의원의 발언에 과격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왜곡하면 비난받아 마땅하겠지만,
사실을 돌려 말하지 않고 정곡을 찔러 지적했는데
그것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겸허하게 수납하지 못하고
도리어 돌로 치려하는 한국 교회의 모습에 절망감이 듭니다.

교회 내에서조차도 "한국 교회가 썩었다, 부패했다, 개혁해야 한다"라는 자성의 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교회 밖의 사람들의 눈에는 어떨까요..
목회 세습, 불륜, 헌금사적유용, 대형화, 물질화, 기복화, 냉전논리추구, 사회적 강자 편들기..
추악한 죄명으로 법정에 선 대형교회 목사에게 판사가 오히려 "교회가 그러면 안된다고" 훈계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미 교회가 사회로부터 사회정화는 커녕,
자가부패에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받은 지 오래입니다..

회개는 유의원보다 한국 교회가 더 급합니다..

어쨌거나 유의원은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혹 기독교인들을 달래기 위한 총선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이 글을 읽으며 진심을 느꼈습니다.
유의원의 과거 행보들을 볼 때에 적어도 다른 정치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양심적이라고 느껴왔었기에 그럴지도 모릅니다...

* 인터뷰 전문 보기 (2002년 8월)
* 당시 인터뷰어의 입장



<STRONG><금번 발표한 사과문></STRONG>

<STRONG>제 지난날의 독선과 교만을 회개합니다 .

</STRONG>저는 유시민입니다. 지난주부터 제 홈페이지에는 한국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제 발언을 비판하는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그 발언이 나온 경위를 밝히고 이 문제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인 2002년 8월, 기독교 월간지 <복음과 상황> 기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당시의 정치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기자가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한국 기독교와 교회에 대해 쓴 소리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저는 기독교인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문제의 발언을 했습니다. 잡지에 실린 기사는 제 말의 취지를 그대로 정리한 것으로 어떤 왜곡도 없었습니다. 잡지가 나온 후 1년 반이 넘었지만 아무런 뒷말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런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살았습니다. 문제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제가 책임져야 마땅하며 인터뷰한 기자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오늘 그 인터뷰를 다시 읽으면서, 저는 실로 교만하기 짝이 없었던 2년 전 저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깊이 반성하며 제 잘못을 회개합니다. 이제 제가 무엇이 잘못이었다고 반성하는지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통성기도와 교회의 자선사업, 성전을 크게 짓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하느님을 믿지도 않으면서, 감옥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번 읽어 본 성서의 글귀들을 근거로 삼아 성서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저 성서의 글귀를 읽었을 뿐, 교회와 목회자들이 하시는 많은 일들이 어떠한 신학적 토대 위에 서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비판을 직업으로 삼는 저널리스트인 만큼 종교에 대해서도 제가 아는 지식에 비추어 마음 내키는 대로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저의 교만이 부끄럽습니다.

저는 또한 종교기관을 가리켜 정신적 안정을 제공하는 대가로 헌금을 받는 서비스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얼마나 크게 일그러진 편견인지, 이런 말이 교회를 소중히 여기는 기독교 신자들과 목사님들께 얼마나 큰 상처와 분노를 안겨드릴지는 생각하지 않은 저의 독선이 실로 부끄럽습니다.

저는 더 나아가 도시의 밤을 밝히는 수많은 교회의 네온사인이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네온사인을 밝힌 그 교회 안에서 밤새워 기도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그리고 그분들이 단지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웃과 우리가 함께 지켜나가는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제가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기 이전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동안 여러 가지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글을 쓰고 말을 하였습니다.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글보다는 어느 누군가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날카로운 글이 훨씬 많았습니다. 남의 마음을 찌른 말과 글이 때로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제 자신을 향해 날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삶을 깊고 넓게 이해하지 않은 채 논리의 실타래만 붙들고 살아온 것입니다. 저는 오늘 자신이 인격적으로 얼마나 미숙한 존재였는지를 아프게 확인하면서, 그것을 모르고 살았던 제 자신을 말할 수 없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는 해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터뷰에서 조용기 목사님을 거론하긴 했지만 그분의 설교를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1930년대 세계대공황 당시 미국이 어떻게 그 심각한 불황을 극복했는가를 설명하신 내용과 관련하여, 그것이 경제학도로서 제가 공부한 것과 크게 다르기에 그 점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경제문제에 대한 생각이 나와는 다르더라고 말하면 될 것을 과격한 언어로 비판하는 바람에, 마치 제가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비난한 것처럼 오해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조용기 목사님께 누를 끼치게 된 것을 깊이 사과드리며 너그러운 용서를 청하고자 합니다.

정치에 뛰어든 후 1년 반 동안 저는 정치 이외의 문제에는 발언을 삼갔고 글도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어떤 종교도 갖지 않은 채 살고 있지만, 제가 만나는 모든 종교인들과 그분들의 신앙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미성숙한 인격체이지만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새롭게 경험하고 배웠습니다. 제 주변에는 제가 신앙을 가지도록 이끌고 보살펴주신 많은 목사님들이 계십니다. 저는 여태 그분들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분들은 문제의 인터뷰 때문에 비난이 돌팔매처럼 사방에서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제 손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제가 아무것도 해드린 것 없는데도, 변함없이 저를 지켜주고 돌봐주십니다.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합니다. 기독교는 물론 종교 자체에 대한 저의 오래된 편견을 무너뜨린 것도 바로 그분들이십니다.

다시 한번 저의 교만과 독선을 회개하면서, 저의 말로 인해 상처 입고 분노를 느끼신 모든 기독교인과 목사님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저를 깨닫게 하고 회개할 용기를 주신 귀한 분들께 다함없는 감사를 바칩니다.
2004년 4월 8일
유 시 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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