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연세 YWAM 계좌번호 : 신한은행 110-293-670952 이미나

사랑하는 석우야

정수 2004.05.20 10:04 조회 수 : 1829

내가 많이 어렸을 때, 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나 자신에게 대해 연민을 둘러치고 사는 사람이었어. 평소에는 그게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내가 스스로 견딜 수 없을 때, 그냥 숨어버리고 누군가 나를 찾아와주기를 바라는 사람이었지. 지금도 약간은 남아있지만.

2001년도 11월달이었던가? 와웸 사람들이 모두 어디를 놀러가는데 나한테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던거야. 심지어 목자 천X씨에게도 연락이 없었지. 얼핏 지나가면서 그날 모여서 놀러간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누군가 내게 직접 권유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하지만 끝까지 아무도 안오더라. 혼자 이과대 도서관에 앉아있다가 하도 서러워서 밖으로 나와 몇 시간 동안을 멍하니 앉아있었지.

'정말 혼자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습게도 다윗이 광야에서 느꼈을 외로움과 혼자됨을 공감하면서.

그리고 그 날 저녁에 이런 글을 러브노트에 썼지. 교묘하게 내가 느꼈던 외로움과 그 날 느꼈던 서운함은 싹 숨기고.

☞ 옛 러브노트에 쓴 art of loving

정말 불친절하고 퉁명스런 글이었는데, 글을 쓰면서도 읽게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있었는데, 그걸 눈이 빠져라 다 읽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때서야 뭔가 좀 깨달았던 것 같다. 내가 힘들어하고 지칠 때, 화내고 속상해할 때, 그리고 그 분노를 휘둘러댈 때, 그걸 몸으로 받아내고 끝까지 나를 지켜주면서 나를 위해 함께 짐을 지는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뿐이었다는걸. 나는 '누군가' 나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휘둘러댔지만, 정작 상처받는건 그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말이야.


며칠 후에 다음과 같은 글을 쓰면서

☞ 옛 러브노트에 쓴 a continued story

공동체에게 용서를 구하고, 글 내용에는 최대한 내막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해서 쓰느라 저런 내용들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때부터는 공동체를,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시험하지 않는단다.

지금은 오히려 이 몸이 나에게 가르쳐 준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고, 그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함께 걱정해줬던 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에 남아있단다.


많이 자라가렴.
서로가 성숙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사랑하고 축복한다.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