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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뒤적이는 것들은...

정수 2004.11.21 02:48 조회 수 : 1710

오늘,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온 교회가 발칵 뒤집힌 상태에서 개회된 총회에서, 몇몇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세 시간여에 걸친 험난한 과정 끝에 신앙이 여린 아이들은 교회를 옮기겠다고 말하고...

참 그리도 바람 잘 날 없는지...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소망이 솟아오르더군요.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르니 성령의 기름 부으소서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르니 내 잔을 채워 주소서'

이 교회에 7년 동안 머물러 있었던 것만도 스스로 기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떠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머물러 있기를 그렇게 7년여였지요.

이제는 교회의 역사를 봅니다. 많은 교역자들이 왔고, 많은 임원진들이 왔다 갔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의 아이템을 가지고 왔다가 실망하거나 실패해서 떠나가고. 마치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암석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그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라는걸 발견할 수 있는 때가 되었나봅니다. 사실 이런 얘기 쓰기 시작한지는 한 학기 정도 됐는데, 참 많이도 우려먹죠? ^^; 우리가 순수하고 하나된 공동체라고 환상 속에서 생각하는 초대 교회도, 심지어 인성론자와 단성론자가 칼부림까지 하던 삶의 처절한 한 현장이었다는 걸 배우면서 더 피부에 와닿더군요.


여튼, 본론은, 하나님이 있으라고 하신 자리에 묵묵히 있으면서 견디기 힘들 때 찾는 스페셜 아이템들이 있습니다.

1. 옛날 내가 쓴 글들 - 러브노트 뒤적이기
2학년 M.C때 처음 발견했습니다.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하나님께서 이미 오래 전에 내게 말씀하셨다는걸요. 1학년 때는 내가 배운 것들, 느낀 것들을 꼬박 꼬박 러브노트에 써놨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죠. 그 때는 미처 몰라서 흡수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뒤돌아보면 너무나 놀라운 해답을 때로는 예배 설교를 통해, 때로는 강의를 통해, 때로는 묵상을 통해 이미 내게 하셨었던걸요.

2. 양화진
꼭 1년에 한 번 씩은 양화진에 가게 돼요. 2002년에 PSP(MP 훈련)에서 양화진을 처음으로 갔었던 이후로, 이런 저런 기회를 통해서 꼭 한 번씩 가게 됩니다. 가서 선교사들의 죽음을 생각해요. 그들의 죽음이 말하는, '그리스도는 진리이다'라는 말 없는 증거가 조용한 양화진에서 내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귀가 얼얼하도록 들리는 듯 해요. 조용히 아가들의 묘비를 바라보며, 조선땅에서 태어나 죽어간 아이를 품에 안은 선교사들의 절규를 듣고, 그러면서도 이 땅에 묻히기까지 이 땅을 처절하게 사랑하며 죽어갔던 그들의 삶이 내 눈 앞에 생생히 펼쳐집니다.

3. 나의 선택 - 빌 맥체스니
나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고 싶고. 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평온하고 고상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을 때. 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주저앉아 버릴 때 꼭 내 눈 앞에 나타나는 시입니다.

4. 로마서 7-8장
예전에는 3번까지였는데, 투어를 준비하면서 하나가 새로 생겼어요. 캠워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이야기를 하며 집에 오는데, 마음이 너무 어려운거예요. 서럽고 모르겠고. 학교 정문에서 내려서 집에까지 걸어오는데, 30분동안 걸으면서 예배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찬양하고, 하나님의 아파하심, 피조물의 아픔. 단절된 관계. 성령의 간구, 몸의 구속, 그리스도의 날, 온전한 회복. 그리고 그 날을 위한 소망과 그에 대한 헌신.


물론 매일의 삶은 새로운 하나님의 말씀이 회복하시지만, 내게 큰 정체성의 혼란이 있거나 내 가는 길에 대한 흔들림이 있을 때 애용하는 아이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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