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연세 YWAM 계좌번호 : 신한은행 110-293-670952 이미나

지난주 중도 앞을 바라보며

정수 2005.03.26 04:36 조회 수 : 1547

지난주 며칠간이었던가요, 중도 앞 백낙준상 앞에 자보가 하나 붙었었죠.
'친일파 백낙준의 동상을 학교에서는 왜 기념하는가'라고.

매주 캠퍼스 워쉽에 갈 때마다, 특히 처음 입학한 신입생들에게는
'거 있잖아요 왜 퍼런 할아버지 앞에서 모여요'라고 소개하는 그 동상이 그렇게 수모를 당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채 미뤄두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문자로 한 마디 마음을 나눌수밖에 없었습니다.

'중도 앞에 대자보 봤니? 언더우드에 이어 백낙준 박사도 수난을 받으시는구나. 그분이 그랬던건 사실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게 아닌데... 무심한 사람들...'


그 어떤 사람보다 한국 사람을 사랑했던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 언더우드 박사는 이 학교를 세웠고
일제의 박해가 심해져갈 때 장로교 학교들이었던 *실/*신(숭실, 경신, 정신, ...) 학교들이 문을 닫을 때
끝까지 학교의 문을 열어놓기 위해 위험한 협곡 속을 걸어갔던 그 어른들 속에 백낙준 박사가 계신데
그들을 단지 '친일파'라는 세 글자로 너무나 간단히 평가해버리는 그네들의 무심함에 마음이 아려옵니다.


처음 학교에 들어올 때 정말 낯간지러운 표현이 '연세동산'이라는 말이죠. 채플 기도문에 꼭 들어가는 말이라 학생들 생각에는 교목실에서조차 너무 학교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것 아닌가, 학교 선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번 쯤 하게 마련이겠지만, 계속 거듭해서 한국의 초대 교회 역사와 이 민족의 역사, 그리고 그 속에서의 연세대학교의 역사를 하나씩 알아가면서 그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지식인들의 좌절과 고민과 눈물과 오해와 신념이 녹아들어가 있는지 겸허히 배우게 됩니다.


한동안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은, '과연 기독교가 민족주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였습니다. '기독교계 안에서 친일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라는 자신의 평생을 대동아 전쟁의 진상 규명에 바친 한 사진작가의 말을 듣고 나서 생긴 의문이었지요.

당시의 기독교계의 가장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라고 여겨지는 주기철 목사님도 기록에 의하면 신사참배-우상숭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지 일본의 한국 통치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세계 정세로는 한국이 일본의 지배 아래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해외 소식에 정통한 외국인 선교사들과, 그들과 가장 많이 접촉할 수 있었던 한국 기독교인들은 일본의 통치에 대해 인정해가는 분위기였다고 하지요. 일본이 미국을 도발하는 정신나간 짓만 하지 않았다면 정말 그렇게 되었겠지요.

과연 사람들을 선동하고 폭탄 테러를 하고 불가능해보이는 일들을 계속 주장하는 독립 운동가들과,
정말 분하지만 그렇다고 민족 모두가 다 자결할 수는 없는 일이고 독립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고, 차라리 포용정책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 피지배층의 억울함과 인권을 최대한 보장해나가면서 지켜나가자고 이야기하는, 누군가의 말로는 '친일파'의 각각 주장에,
내가 과연 리더의 입장으로 그 곳에 서있었다면 어떤 것을 선택했을까..........

물론 본회퍼는 그의 조국을 위해 전쟁 속으로 뛰어들긴 했지만, 그것은 광기에 사로잡힌 히틀러의 압제 속에서 동포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지 그의 정치색이 반나치주의여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겁니다. - 이건 그 사람의 저서라도 읽어본 이후의 이야기이겠지만.

다소 위험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그렇게 쉽게 말할 수는 없는건데...

너무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로 잣대를 대려 하는 그네들의 마음 씀씀이에 서글픔을 느낍니다.

또 이 나라를 위해 큰 일들을 해왔던 한국의 초대 인사들 - 그리고 그 주축에는 기독교인들이 있었지요.
그 어른들을 기억 속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그네들의 젊은 패기(?)에 다시 서글픔을 느낍니다.


p.s. 잠깐 검색엔진에서 찾아보니 여러 신문에도 보도가 되었고 사건이 좀 큰가봅니다. 이대의 김활란 여사도 그렇고 고대 서울대 등등 각계의 당시 지도자들이 난도질을 당하고 있군요. 동상 철거를 목표로 운동을 벌일 예정인가봅니다. 그렇다고 또 결사 저지를 해야할 문제도 아니겠지만 - 그 분의 결단의 옳고 그름과 공헌은 주님이 판단하시겠죠. 동상 하나에 그분이나 주님이나 우리나 연연해할 문제도 아니고. 다만 정신적 어른들을 잃어간다는 안타까움입니다.

p.s.^2 물론 신사참배 문제 등에 있어서는 시각을 좀 달리해야겠지요. 하지만 친일 문제와 신사참배 문제는 동시대의 동일한 장에 엮여있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구분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p.s.^3 그렇다고 사실로 보도된 것들에 대해서 부인하거나 축소하려는 것도 정당한 태도는 아니겠지요. 백낙준 박사님이 아마 국가 유공자로 해서 국립묘지에 안장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일들을 통해서 그런 자격들이 박탈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업적들까지 폄하되는건 아니지요. 뭐랄까, 일부 과격한 학생들이 앞으로 벌일 일들과, 왜곡된 부분들은 받아들이고 재평가하는 작업들과, 하지만 그것들로 인해 역차별이 일어나는 일 등의 일련의 일들이 일어날 수 있겠지요.

p.s.^4 하지만 타민족의 정복 과정에서는 극렬한 전쟁의 과정이 동반되고,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조선 침략은 끔찍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요.

p.s.^5 민감한 문제라 그런지 p.s.를 계속 달게 되네요 ^^;;

p.s.^6 이번 기회에 반민족행위처벌법을 보게 됐는데 뭐랄까... 사람들이 통쾌해할만한 법이긴 하지만 좀 심한 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나랑 여러분들은 '그런가보네'라고 생각 없이 지나치지 않았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에 긴 글을 썼어요. ^^;
오랜만에 쓰는 글인데 좀 딱딱하죠? ^^;
하고 싶은 말도 참 많은데..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