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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만 배울 수 있는 점들 ?

경채 2006.02.18 12:51 조회 수 : 1613

이제 벌써 저도 예비역 1년차가 되었군요.ㅎ 시간 참 빨리 지나가네요.

이번 달 9일날 제 동생도 군대를 갔답니다. 저렇게 어리고 유약해 보이는 동생이 군대를 간다고 하니 남들 군대간다고 할 때랑 느낌이 좀 많이 다르더군요.^^

지금부터 설을 좀 풀어보자면 전 군대 면제 사유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면제 사유가 없어졌지만요.ㅋ 이 얘기까지 하면 너무 길어지니깐 각설하구요.

그래서 군대를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고, 해병대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답니다. 제가 정말 멋잇다고 생각하는 형이 해병대를 다녀 오셨었고, 그 형과 상담을 했었습니다. 그 형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군대를 가는 것이 물론 사회적, 문화적으로 마이너스 적인 요인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군대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단다."

군대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것에 대해서 좀 많이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어째서 군대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일까... 사회에서 그것들을 배울 수는 없다는 것일까?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라면,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는게 힘든 것이라면, 그것도 아니라면 훈련받는게 힘든 것이라면.. 과연 무엇이 있길래 사회에선 배울 수 없는 것일까..

제가 군대 생활 하면서 저 것들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고 꽤 많이 노력 했던 것 같습니다. 남들과는 달리 군대에서 많은 것들을 얻어가야 된다는 생각에 책도 많이 읽고(460권 정도..^^;;) 공부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이것저것 보직을 두루 경험해서 한 때는 7명이 할 일을 동시에 해보기도 하고....

제가 비록 군대에 있는 모든 부대를 다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전산병이라는 특수한 보직을 가지게 되어서 군단장님까지도(별 3개) 만나 볼 수 있었고, 저희 사단 내에 거의 모든 부대를 방문해 보았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던 군대의 새로운 점들을 알게 되었구요.ㅋ

제가 고충상담병(힘들어 하는 애들 상담해주는 사람)으로 약 1년정도 있으면서 느낀 건데, 그 때 예비역들이 사회에서는 못 배우는 것을 군대에서는 배울 수 있다고 하는 지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주된 이유는 군대에서는 원하는 인간상이 딱 하나라는 것입니다. 일단 제가 느낀 바를 이야기 해드리면 운동을 잘 해야 하고, 몸이 튼튼해야 하며, 여러 훈련을 수행함에 있어 머리가 엄청 좋아서 한 번 이야기 하면 바로바로 다 외우고 그걸 적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더럽고 힘들고 귀찮은 일이 있으면 자기가 앞장서서 해야 하고, 남자다운 행동을 보여야 하며, 매사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윗사람에게는 깎듯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리더쉽을 발휘해야 합니다. 게다가 자기 관리가 철저해서 보급품을 잃어버리는 일도 없고, 수양록(일기장)도 빼먹지 않고 잘 써야 하고, 전투화나 전투복 관리도 잘 해야 합니다. 그리고 뭐 플러스 알파 적으로 여자들한테 인기 많으면 군생활 하기 좋습니다..^^;;ㅎㅎ

다 잘하는 사람은 정말 괴물이겠지요. 인간관계도 좋고, 윗사람에게 예우있게 대하면서 후배들에게는 존경받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성적도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여 장학금도 받으면서, 자기 관리가 철저해서 남들에게 밉보이지 않고, 옷도 잘 입고, 경제적인 관념이 있어서 돈 관리도 잘하고, 이성 친구도 있고... 뭐 이런 사람 사회에서도 드물잖아요.ㅋ

그래서 누구나 군대에서 원하는 인간상에서 부족한 면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부족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기 마련이고, 조금 생각 있게 군생활 한 사람들이라면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우게 되죠. 그래서 예비역들이 군대에서 배울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각자 이야기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둘째로 군대에서는 가장 밑바닥부터 가장 위까지 다 경험해 본다는 것입니다. 요즘 군대는 이게 좀 많이 바뀌었습니다. 옛날 군대 이야기 해 봐야 뭐하겠습니까 만은 제가 군대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구타가 있었답니다. 청소할 때 이마에 땀이 안 맺힌다고 갈굼 당하기도 하고..ㅋㅋ 지금.. 그런 거 없을 겁니다. 제가 제대할 때만 해도 그런 거 없었으니깐요. 일부 부대에서는 아직도 구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휴식 시간에 다 누워서 편히 쉬라고 강제적으로 이야기 해 줄 만큼 그냥 편하게 해 줬습니다.ㅎ 영화 보여주는 날이면 PX가서 과자랑 음료수 사서 영화도 보여주고, 애들 다 모아서 축구도 하고 말이죠...ㅋ 저랑 군생활 했던 애들 편했겠죠.^^

암튼 그래도 제 생각엔 군대는 조금 빡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등병 때 그런 밑바닥의 경험을 하고, 일병 때 이제 좀 군대에 적응해서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상병 때 되면 일을 시키는 방법을 배우고, 병장 때는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카리스마를 배운다고나 할까요.ㅎ 병장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ㅋㅋ 병장이 군대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 주어야 부대가 잘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즉 그 계급에 맞게 원하는 인간상이 또 세부화 되는 것이지요. 일병이 애들 시키는 일만 잘한다면 고참들로부터 굉장히 질타를 받습니다. 벌써부터 시키려 든다고 말이죠.^^;;; 그런데 상병이 애들을 시키지 못하고 그저 자기 일만 묵묵하게 한다면 위의 고참들로부터 갈굼까지는 아니지만 좀 비난을 받죠. 밥에 맞게 행동하라고... 근데 그게 지금 제대한 입장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말입니다. 군대는 2년간 머무는 곳이지만, 군 전체로 보면 우리나라가 있는 한 계속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인수인계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자기가 할 일만 묵묵히 하다가 나가버리면 그 자리는 인수인계가 안 되어서 그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지게 되는 거니깐요.

그리고 어느 부대나 공통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군대에 가면 모든 물품들이 동일합니다. 여러 장구류나 무기류, 전투복, 그리고 속옷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동일합니다. 즉 다른 건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군대 가기 이전에 살면서 체득한 내면적인 모습들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을 때,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모습을 보고 사귀게 된다는 점입니다. 군대처럼 혼자 있을 시간이 거의 없는 환경에선 굉장히 개방적인 인간상을 보여주게 됩니다. 즉 자기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지요. 그런 상태로 인간관계를 맺는데, 그것도 자기가 원해서 맺는 게 아니라 강제적으로 맺어지게 되는 것이랍니다. 그러면 자연히 자기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사회에서 만났다면 그냥 앞으로 안 만나 이러면 되지만 군대에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깐요. 그게 별로 계급차이가 나지 않는 고참이라면 더 죽을 노릇이지요.ㅎㅎ 주로 남들이 많이 가던 주류로만 가셨던 분이라면 군대가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실 겁니다. 대학을 못 간 사람들도 이렇게 많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실 거구요.ㅎㅎ

마지막으로 말씀 드린다면 자기 몸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나 할까요. 객지에서 제일 서러운게 몸 아픈 거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좀 챙겨주긴 하는데, 그게 어디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들이 챙겨주는 것만 하겠습니까. 그저 아프면 저자식 꾀병부리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곤 하죠. 그래서 솔직히 계급이 낮을 때는 치료 받으러 갔다 온다고 하는 거 자체가 눈치 보이는 일입니다. 솔직히 그런 이유로 병을 키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저야 좀 큰 부대에서 생활을 해서 부대 안에 치과도 있고, 물리치료실도 있고 해서 시설은 좀 열악하고, 마취도 안한 상태에서 이빨 치료하고(ㅠ.ㅜ) 그러긴 하지만 의료 혜택은 받고 싶을 때 받을 수 있었습니다.(물론 전산병이라는 신분을 활용해서 의무대에 네트워크 연결해 주고 남들 기다릴 때 저는 그냥 군의관님께 이야기하고 치료받고..^^;) 그렇지만 대부분의 부대는 굉장히 열악한 환경이죠. 배아파서 가나 머리 아파서 가나 감기 걸려서 가나 약의 성분이 거의 동일합니다.ㅋㅋ 그렇기 때문에 약 때문에 몸이 낫기 보다는 자기의 면역력이 강해져서 낫게 됩니다.ㅎㅎ 그리고 매일은 아니지만 훈련을 받게 되면 총들고 탄띠 매고 대검 차고, 뭐 이렇게 무겁게 하고 뛰어다니면 자연히 몸에 근육이 붙게 됩니다. 저희 부대는 매일 아침에 2.5km, 오후에 2.5km 씩 뛰어서 정말 몸은 좋아지더군요.ㅎㅎ

너무 장황하게 글을 쓴 것 같은데, 군대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사회에서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제 결론입니다. 꼭 군대 가야만 된다는 건 예비역들의 일종의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전 하나님의 은혜로 정말 좋은 보직을 받아서 다양한 경험도 해 보고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할 수 있었고, 컴퓨터과학과에 대한 잃어버렸던 자신감도 회복했지만요.^^ 군대에서 총만 쏘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 시에 이기기 위해서 군대가 있는 것이기만큼 전쟁시에 필요한 것들이 다 있습니다. 전쟁이 나도 살아야 될 것 아닙니까.ㅋ 그래서 의외로 군대가 좀 체계적이니깐 여러분들이 막연히 군대가면 총 쏘겠지 이런 식으로 군대를 오해하시면 안될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만 개발하는 부대도 있고, 해킹에 대비해서 네트워크 방어 시스템을 가동하는 부대도 있습니다. 물론 좀 허접하긴 합니다만...ㅋㅋ

군대 가시는 분들 이왕 가는 거 많이 얻어 오시고, 군대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 그냥 기도해보고 이끄시는 대로 하십쇼. 지나고 나면 그저 추억거리밖에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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