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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내고자 창 내고자...

임현명 2006.06.05 17:59 조회 수 : 1715

J, 가끔 우리는 이게 절벽인 줄 알면서도 그 위에 서서 뛰어내리고 싶어 한다고 당신은 제게 말했습니다. 가끔 우리는 이것이 수렁인 줄 알면서도 눈 말갛게 뜬 채로 천천히 걸어들어 간다고. 가끔 머리로 안다는 것이, 또렷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속수무책일 때가 있다고, 또 이렇게 하면 그와 끝장이 나는 줄 알면서도 우리는 마지막 말을 하고야 만다고 그대는 제게 말했습니다.

-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中, '용서의 길'에서...


*
한 없이 마음 답답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딱히 무엇이 그렇게 답답하게 하는지는 알지 못하겠어요.
간유리 너머로 보이는 '무엇'의 실루엣처럼 아른아른 합니다.

한 낮에도, 한 밤에도, 구름에도, 아카시아 향에도, 혼자 있을 때든, 함께 있을 때든, ...
계속 그것이 저를 누르고, 또 누릅니다.

처음엔 금방 나아지겠거니 생각했는데,
지금은 답답함과 대화하는 저를 보며 흠칫 놀랍니다.
더 친해지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
기도를 하면 조금 나아집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답답해져 옵니다.
필시 제가 그 답답함을 놓고 싶지 않아서 인 것 같습니다.

제 영혼이 주님 안에서 누렸던 자유만큼이나
제 육체는 이 답답함을 사랑하나 봅니다.

'당신이 하셨죠'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론 내가 했노라고 생각했던 그 수많은 말과 일들에
이젠 '정말 당신이 하신 일이에요'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때가 온거죠.

하지만 그게 왜 이렇게 서러운 걸까요.
왜 이렇게 섭섭하게 하는 걸까요.

집에 내려가 내 체취 익은 방에 처박혀선
사흘 밤낮을 꼬박 지칠때까지 자버리고 싶다가도
결국 하나도 나아진 것 없이 돌아올 저를 생각하며 마음을 접습니다.
사실 그럴만한 용기도 없는 저인걸요.


***
사람은 현재를 피하고 싶을 때 흔히 과거나 미래로 도망간다고 하던데,
한 친구는 거기에 가상현실을 더했고, 거기에 저는 혼자만의 공간을 더합니다.

사실 요즘 저의 생활은 그 둘 중 하나였거든요.
근데... 시험 날짜가 가까워오면서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걸 봐요.

실패를 두려워하는 저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답답함을 안고 책장을 폅니다.
하지만 실패를 하지 않는 것이 성공인가에 대한 답은 너무 뻔하네요.


****
이제 4학년 1학기를 접는데...
참. 부끄럽네요.


*****
헤아릴 수 없이 홀로 지낸 날들
내 영혼 주를 갈망하네
하지만 이제 힘 잃어
더 이상 이 세상 내 삶 천국 볼 수 없네
여기 인생의 끝에
사람의 수고는 헛되네

은혜 아니면
어디인지 모르는
그 곳 찾아 헤매며 걸어도
내 구원은 얻지 못해 나 어디로 갈지
내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네
끝없는 경주 은혜 아니면

내 모든 찬양을 주님께 드리네
출발못한 경주를
날 대신해 홀로 걸어가신
주님의 그 사랑 말로다 할 수 없네
주님안에 있기에
그 어떤 것도 나 두렵지 않네

- 한국 컨티넨탈싱어즈 8집 中, "은혜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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