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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행복한 크리스마스!

joy 2002.12.24 05:00 조회 수 : 1610

크리스마스 이브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재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는 참 서글펐었죠.   참 오랜만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는데...   자매와의 교제를 시작하기 위해 하나님께 싸인을 구하고 그 싸인이 응답되지 않고 있어서 무지 초조하고 외롭고 싱숭생숭했었죠.    혹시 지금 마음이 그러신 분 계신가요?

올 해 크리스마스는 조촐하게 오붓하게 아내와 함께 포일리 집에서 보내고 있답니다.

며칠 전부터 고민했지요.  어떻게 하면 아내에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재정만 넉넉하다면, 해주고 싶은 선물, 이벤트야 수없이 많을텐데...
전도여행 때문에 초긴축 재정을 운용하고 있는 탓에...
지난 주부터 아내는 크리스마스 케롤을 듣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는데, 그 캐롤 음반 하나 사는 것도 결국 주저주저하다가 포기하고 말았지요.

별다른 이벤트도 선물도 준비하지 못한 채, 결국 오늘 24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주님이 선물을 하나 주시더군요.  
윗집에 사는 아주 맘씨 좋은 H모 아저씨를 통해서... (누구게~~요? )
그 아저씨가 주신 "반지의 제왕" 영화표로 오후에 안양역 롯데 시네마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무지 재밌더군요.

세시간 짜리 만만치 않은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 배가 산만한 아내는 좀 무리가 됐는지 피곤하다고 침대에 눕더군요.  김치에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서...ㅅㅅ

잠든 아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참 마음이 미안하고 안쓰러웠습니다.  
어떻게 하나....고민하고 있자니, 손에 차고 있는 시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봄에 결혼 할 때 아내에게서 받았던 예물 시계였습니다.  제가 끼기엔 너무 고급스런 시계여서 이런 시계 난 필요없다고 말렸는데, 아내가 저 몰래 사서 주었던 것이지요.  
너무 부담스러워서 결혼하고도 안끼고 다니다가,
얼마 전에 작년에 플로잉 받아서 차고 다니던 전자시계가 망가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예물 시계를 차고 다녔었는데...

그 예물 시계를 팔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좋아할 작은 선물을 사주고 싶어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옷을 챙겨입고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습니다.
여기저기 꽤 오랜 시간을 헤멨습니다.
근데....어떤 금은방에서도 시계를 사주는 곳은 없더군요.
결혼 예물 시계는 본인에게만 소중할 뿐, 요즘에는 도둑들도 훔쳐가질 않는다고 하더군요...

저에게는 무지 분에 넘치는 시계인데, 막상 팔려니 단돈 몇 만원도 받을 수가 없다니...
정말 속상하고 슬프고...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 인덕원 역에 있는 기독교 서점에 갔습니다.
그리고 제 주머니에 있는 전 재산 만오천원(그중에 만원은 지난주 금요일에 수철이가 자기 전재산 만원을 플로잉해 준 것임)을 털어서 캐롤 음반 하나를 샀습니다.  

좀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려는 찰나.....
핸드폰 메시지 수신음이 들리더군요.
"전도여행비 조금 보냅니다. 기도제목 부담가지지 마시고 보내주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롯데마트로 달려갔습니다.
이 코너 저 코너 한참을 헤메다가...
결국  배나온 아내가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저렴한 원피스를 하나 골랐습니다.

집에 도착할 때 보니 시계가 거의 10시가 다 되어가더군요.  6시가 좀 넘어서 집에서 나갔는데...
저녁도 안 먹고 배고픈 것도 잊은 채 얼마나 헤맸는지...

아내는 뾰루퉁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크리스 마스 이브에 잠자는 아내를 혼자 두고 어딜 나가서 쏘다니다가 이렇게 늦게 왔느냐....는 표정.

CD를 꺼내서 틀고, 식탁위에 향초를 켰습니다.  (어제 캠퍼스 종강 파티때 플로잉 받은 것이죠.)
제법 분위기가 나더군요.  ㅅㅅ
그리고 가방에서 아내에게 줄 원피스(더 리얼하게 말하면 임부복^^)를 꺼냈습니다.

아내의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다가가서 아내에게 손을 내밀었죠. 그리고 캐롤에 맞추어서 춤을 추었습니다.  어색한 부르스를~
아내이 훌쩍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제 뺨에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작은 것 하나에 감동할 수 있는 아내를 주신 것에 감사해서...

그리고 저는
더 이상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서...
바깥에 외식을 하러갈........까 하다가 전도여행을 위해 그냥 집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제가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메뉴를 골라서 요리를 했습니다.

"떡라면!"
에다가 계란 묻혀 튀긴 김밥!
은은한 조명에 예쁜 향초에.....떡라면!    좀 어울리지 않는 배합인가요?
그래도 무지 무지 맛있게 먹었답니다.   아내가 너무 많이 뺏어 먹어서 양이 좀 부족했지만...ㅠㅠ

결혼 하고 나서 첫번 째 크리스마스 이브는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부유하고 화려하고 높은 곳이 아닌,
가장 가난하고 초라하고 낮은 곳으로  
예수님 이 땅에 찾아오신 이 밤에,
세상 모든 가난한 사람의 마음에 주님의 따스한 사랑과 행복이 가득가득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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