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연세 YWAM 계좌번호 : 신한은행 110-293-670952 이미나

이렇게 애 낳으면 한 열명은 낳겄다. ㅅㅅ

joy 2003.03.14 17:23 조회 수 : 1617

드디어 아빠가 됐습니다.
참 오랜 기다림 끝에...
예정일이 10일이 넘어서 결국 병원에 가서 촉진제를 맞고 유도분만을 했습니다.

아내를 데리고 금요일 아침에 병원에 가서 하루 종일 촉진제 링거를 맞았는데,
6시가 넘어서 배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아기 낳오려면 한참 멀었다는 간호원의 말을 듣고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기다렸습니다.
저녁 7시 30 쯤 입원실에서 출산 대기실로 옮기라고 해서 40분 쯤 대기실로 올라갔지요.

대기실에 들어가는데,
어떤 간호원이 그러더군요.
"이 대기실에 들어가시는 분은 정말 아기를 빨리 낳는답니다. ^^"
정말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싶었죠.

그런데.....
정말 방에 들어가 누운지 얼마 안되서 아내가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TV에서 가끔 보신 적 있으시죠?  
천정에 매달린 끈은 없고....대신 제 아내는 커텐을 부여잡더군요.

아내는 처음 경험하는 진통에 어쩔 줄 몰라하고...
저는 힘껏 아내 손을 잡아 주며,
연습했던 라마조 호흡법을 하려고 애썼지요.  저 혼자만...-_-;;

그래도 전 좀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진통이 너무 불규칙적이었거든요.  
책에서 공부한 것처럼, 30분 간격, 20분 간격, 10분...으로 점점 짧아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 진통이 올 때부터 한 5분 간격이었거든요.
간호원도 아직 멀었다고 했고.... 해서 저는 아직 본격적인 진통은 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8시 10분이 넘어서면서 아내가 너무 심하게 고통을 호소해왔습니다.
간호원을 불러 왔더니 바로 분만실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하네요.
고통스러워 하는 아내를 부축해서 일어나 분만실로 가려는 순간....
.
.
.
.
애가 나왔습니다.
그냥 순식간에 아내의 "악"하는 소리와 함께 아기가 나와버렸어요.
진통이 오기 시작한 지 40분도 안되서 아기를 출산한 것입니다.
제 아내 무지하게 힘 좋죠? ㅅㅅ

의사를 황급히 불러오고,
결국 분만실이 아닌 대기실 방 안에서 나머지 뒷 수습을 했습니다.
3.4kg 건강한 사내아기였습니다.

아내의 배위에 아기를 올려 놓고,
제가 직접 태줄을 잘랐습니다.
작은 가슴으로 숨을 할딱거리고 파르르 떨며 울고 있는 아기를 보면서...
뭐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격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태중에서 들은 아빠 목소리를 기억하는지, 제가 축복송을 불러주면 아기는 울다가도 조용해집니다.
어제 밤새, 안락한 엄마 뱃속이 아닌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느라
아기는 30-40분 마다 칭얼거리더군요.

몸은 무지하게 피곤한데,  왜 그 칭얼거림을 달래며 아기를 안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을까요?
우는 아기를 달래고 다시 잠을 청하려 누우면,
왜 잠은 안오고 하회탈 표정이 되는 걸까요?

어제 출산 직전에 아내와 함께 예배하면서 저는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 하나님께서 주신 이 아기로 인해서
내가 헌신하지 못함에 대한 핑계를 대지 않겠습니다.
이 아기 때문에 하나님이 가라고 명하신 곳에 가지 못하겠다고,
하라고 말씀하신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저와 제 아내가 하나님 앞에, 그리고 이 아이 앞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예정일을 넘기고 오랫동안 애태우는 아기를 위해 관심 가져주시고
기도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기도 때문에 주께서 저희에게 크신 은혜와 긍휼을 허락하셨음을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