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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재성 2003.05.13 23:40 조회 수 : 1648

안녕들 하신 거 같아서 좋습니다.^^
일주일 내내 자고 있던 핸폰이 삑삑하고 울리면 '아, 정수형이구나' 하고 숙연해지곤 한답니다.;;

참 우울합니다.
씻겨지지 않는 우울함들의 시작은 역시나 홀로 있다는 사실입니다.

너무 사랑하는 두 친구가 있습니다.
한 친구는 자매고 한 친구는 형제입니다.
둘 다 항상 저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하는 친구들이지만, 역시나 고마운건 저입니다.
제 삶에 큰 위로와 힘이 되주는 친구들입니다.
힘겨운 날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친구이구요.
그리고 너무 힘겨운 날에 있는 친구들입니다.

한 친구는 내일 아침 미국으로 이민을 갑니다.
너무 너무 외로워하는 친구인데, 잘 살아갈지 걱정이 됩니다.
이 녀석 없으면 나는 또 어떻게 살아가나 하는 걱정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휴학하고 알바도 같이하면서 거의 매일 만났는데,
당장 금요일부터는 누구와 얘기하고 누구를 만나야하는지 참 우스운 걱정을 합니다.
바보같이 눈물도 많은 녀석이고, 힘든 거 내색도 않는 녀석인데,
내가 없으면 누가 이 녀석 위로해주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또 다른 친구는 요즘 왠지 어색해져 있습니다.
싸운 것도 아니고 별다른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어색합니다.
친구는 메일에서 요즘 우리 너무 어색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어색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 날 믿어줄 수 있냐는 말에 이 친구는 '...이라면'하고 대답했고,
저는 당황했습니다.
어느새 또 속고 있었습니다.
이 친구라면 나와 함께해주리라 믿었습니다. 언제나 어느상황이나.
그리고 저는 이 친구에게 '니가 밉다'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진심은 아니었습니다.
흐르지 않는 강이 썩어버리는 것처럼,
사랑하지 않고는 내가 죽어버릴 사람이니까요.

두 친구다 비슷한 시기에 알게됬고, 비슷한 시기에 친해졌습니다.
이 녀석들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저이고,
지금 제가 무엇을 해줘야 하는 지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보같은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게 내가 아니라,
저에게 너무 필요한 존재가 이 친구들인데,
그걸 말하기엔 이 친구들이 너무 힘들어 보입니다.
아니, 그렇게 고백하기엔 내가 초라해 보일까봐 싫습니다.
내가 약해져버리는 것 같아 싫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홀로 있길 바라고, 홀로 있을 때에 나를 부르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이사야 51장)
그래서 그런 것 같습니다.
너무 너무 사랑하는 이 친구들과 몸으로, 마음으로 멀어져 가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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