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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중심적인 계시

정수 2003.11.02 12:46 조회 수 : 1853

내가 참 나 중심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며칠 전 묵상모임을 끝내고 돌아오던 길에서, 심지어 '계시'조차 나 중심적이지 않은가 생각이 들더군요.

20세기의 탁월한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인식(perception)의 철학, 몸 철학을 발전시키며 인식과 지각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당연히 내가 생각하고 내가 부르심을 받고 내가 계시받기 위해서는 내가 지각할 수 있는, 5감이 아니라 6감을 통해서라도 내가 지각할 수 있는 형태로밖에 올 수가 없겠지요. '나'를 통해서만이 '나'라는 존재에 전해질수밖에 없는걸테니까요.

하지만 당연히 여겨지던 그것이 어느 순간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계시'조차 나 중심적인거구나. 아무리 하나님 중심으로 산다고 말하고 발버둥치지만 '나'라는 '존재' 안에 갇혀 있는 한 그럴 수밖에 없는걸.

그렇다면 도대체 하나님 중심이라는 것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았지요. 그것은, 하나님이 언제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말씀하실 수 있도록 내 지각과 모든 감각들을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으로만 이뤄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매일의 삶 안에서의 묵상, 하나님을 기억함,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림, 말씀을 접하고, 예배하며 하나님을 만나고, 그 모든 시간들을 통해 매일 하나님을 만나야만 그것이 하나님 중심적인 계시의 통로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 역시, 하나님 중심적인 계시로 내 신앙을 옮겨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묻죠. 도대체 '들리냐'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하죠. 하지만, 계속 하나님 중심으로 생각하고 말씀을 실존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하기 시작하면서, 왜 그것을 '하나님의 음성'으로 표현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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