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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세 딸

정수 2004.11.11 16:00 조회 수 : 1615

제가 1학년때는 선배들이 종종 이런 질문을 했죠.
"하나님께서 요즘 네게 무얼 가르치고 계시니?"

매일 묵상모임에 나갔기 때문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듣게 되더군요. 그때부터 성장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짧으면 3-4일, 길면 2주에 걸쳐 그 때 그 때 가르치시며 성장시키시는 하나님의 다루심 속에 매일 매일의 삶이 다루심을 '확인'하는 재밌는 시간이었죠. 물론 수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긴 다루심도 있지요.


지난주 주일부터 본격적으로 제게 말씀하고 계신건 불완전한 사랑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들 완전한 사랑을 갈망하죠. 밑에 상권이형이 썼기도 하지만 교제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걸 점점 느껴가구요. 저도 '저 사람이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진실함이 없는 것 같아'라던지, '개인적으로 이야기해본 적도 별로 없으면서...-.=);;'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었어요.


지난주 주일, 교회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앉아있는데, 한 어머니와 세 딸이 들어와 앉더군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보이고, 작은 아이들은 유치원 다닐 나이일까? 형제가 없는 저로서는 참 부러워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죠.

재밌는 사실은 큰 아이와 엄마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였습니다. 큰 딸은 얼굴이 뾰루퉁해져서 엄마를 째려보고 있었고, 엄마는 태연한척 하며 동생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었죠.

역시 엄마는 엄마더군요. 한참이 지나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큰 아이를 부르더니 자리에 앉히더군요. 큰 딸은 그래도 얼마동안 뾰루퉁해있더니 곧 동생들하고 놀기 시작했구요.


상황 재연이 잘 안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그냥 한숨이 나왔어요. 분명히 사소한 일이었을텐데 삐지는 그 큰 딸이나, 묵묵히 참고 있다가 자기가 져주는 엄마나...

뭘 사달라고 했을 수도 있겠죠.
마음으로는 다 사주고 싶었을겁니다.

자기와 놀아줄 시간이 부족해서 삐졌을 수도 있겠죠.
마음으로는 24시간을 함께 있고 싶었을겁니다.

하지만 어쩌나요. 엄마도 사람인데.
재정이 그렇게 넘치는 것도 아닐테고, 애들 먹여살리려 일도 나가야 할테고, 그러면서도 삐지고 비뚤어지는 아이를 보면 참 마음이 아프지만, 한계 때문에 모든 걸 해줄 수 없는 자신을 얼마나 원망할까요.

하지만 그 때 이런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도 사랑하는거지"
불완전한 사랑, 한계가 있는 사랑일지라도, 다 채워주지도 못하고 다 채움받지도 못하는 사랑이지만, 서러움을 삼키며 그렇게 사랑하는거라구요.


이 몸에 4년 동안 있으면서, 정말 소중한 것들을 많이 배워왔습니다. 리더를 하면서는 살포시 쌓여져가던 고상한 지식들이 와장창 깨져나가면서, 그것들을 내 삶에서 철저하게 바닥부터 스스로 쌓아나가는거라는걸 배울 수 있었구요. 중보기도해야한다, 묵상해야 한다. 예배는 생명이다. 라는 것들이 정말로 어떤건지 새롭게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으로는 이런 것들을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모두 전해주고 싶지만,
내 성품이 그렇게 탁월한 것도 아니고,
그것들을 말로써 표현하는데도 너무나 한계가 있고,
4학년이라는 시기에 정말 없는 시간이나마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고,
너무나 돌봐야 할 범위가 넓기 때문에...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것 같은 후배들을 볼 때면
제대로 자라나지 못하는 어린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이럴까요?

가끔은 교회가 뭐 이러냐, YWAM이 생각만큼 어떻지 않다 라는 말을 듣게 돼요. 내가 깨달은 것들을 이야기해주어도 아직 때가 아니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미처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한답니다.

'그게 사랑이야.
잠깐 스치듯 지나칠 때 인사로밖에 마음을 전할 수 없지만,
그게 진심이 아닌 건 아니야.

물론 네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헌신적으로 사랑을 해주는 사람이나 모임도 있겠지.
하지만 더 중요한건, 네가 그 작은 사랑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키우는거야.

내가 이 짧은 시간 너를 만나기 위해서도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단다.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너만을 사랑해달라고 하는건,
정말로 널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비수를 꽃는거야.

네가 투정부리고 실망할 때에,
너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는 사람들은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않는단다.
정말 상처를 입는 사람들은, 네가 그토록 원하는, 정작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인걸.'


우리 캠퍼스는 모임 가는 길이 참 멀죠? ^^
저는 밥 먹는 시간, 모임에 가는 그 여정이 참 소중하답니다.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요. 따로 시간을 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걸어가면서 가지는 짧지만 진솔한 대화들이 참 소중하답니다.


한계가 있고 불완전한 사랑을 느끼는 법을 배워보세요.
못보던 것들을 보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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