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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회사는

정수 2006.11.26 02:43 조회 수 : 1702

우리회사는 격주 토요일로 근무를 합니다.
그 근무하는 토요일에는 원래 세미나를 하기로 되어있죠.
물론 바빠서 못할 때가 훨씬 많지만 ^^;;

어제 토요일에는 제가 세미나 발표를 했습니다.
주제는 '민첩한 개발방법론 (Agile Development)'.
발표를 다 듣고 나서 선배 형이 나한테 그러더군요. '교회사역하는것 같은데?'

조직 안에 대화와 격려, 신뢰, 자기포기를 통한 함께함, 스토밍을 통과한 깊은 관계맺음, 인격적인 성숙함과 개발기술의 증진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이죠.

상당히 신선하다는 반응이었고, 사장님은 당장 뿅망치와 권투 글러브, 인덱스 카드를 구매하라고 하셨습니다. 제 최종적인 비전은 사무실을 놀이터로 만들어버리는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Fish!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을 참고하시길;)

많은 회사들이 팀제도를 도입하지만, 아직도 와웸에서 말하는 그런 팀보다는 공동체라는 의미가 너무 약합니다. 팀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존재하죠. 공동운명체로서의 팀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공동체 훈련을 받은 사람이 필요하고, 팀이 공동체성을 지니기 시작하면서 실제 경제적인 생산성 또한 놀랍게 증가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멘토링을 통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격려를 받으며 성장하기 시작하고, 팀의 전체적인 수준이 상승합니다.

최근 프로그래밍 분야의 일부분에서 소개되고 있는 Agile Development는 이런 것들을 실제로 적용하면서 많은 팀들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문화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고 가치와 사상을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Agile Development의 선두주자 한 명은 기천이라는 무예를 수련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개발방법론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뿌리를 성경적인 세계관으로 조금씩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지니스 미션을 돈벌어서 선교에 쓰는 것, 현지에서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전도하는 것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 자체에서 하나님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일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것, 사람들이 일터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 모든 측면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이랜드 다니는 형을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랜드에 대해 실망감을 가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에 사람을 아침 9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일을 시키다니요. 밥먹듯 하는 야근, 지쳐가는 사원들. 그 사람들의 가정은 어떻게 할 것이며 아빠 엄마를 못보는 아이들은 어떻게 자랄 것인지 크리스챤 기업에서 관심을 쏟지는 않는건지.

비전그룹과 함께 제발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 미션을 하고 싶어서 한걸음 한걸음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도하려고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진실하게 사람을 만나며 전도하는 것이 더 진실한 것처럼, 전도하려고 기업활동을 하는 것보다, 진실하게 일하며 전도하는 것이 더 진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에서 신우회만 하면 회사에서 기독교인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는 생각같은걸 하긴 싫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조차도 일하기 즐거운 직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을 경험하고, 진실함을 경험하고, 사랑하는 것을 경험하고, 사람답게 사는 것을 경험하게 하고 싶습니다.
축 쳐진 어깨로 집에 들어가기보다는 회사가 일찍 끝나서 귀여운 아이들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설레임을 가지고 들어가게 하고 싶습니다.

그건 정말 가능하더랍니다.
개인이 조금만 돈욕심 안내면 되는 것처럼, 회사도 경제적인 이윤과 사회적인 이윤, 사원복지를 통한 간접적 이윤의 밸런스를 맞추면 됩니다.
회사 내에서 사람들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면 됩니다.
함께 일하는 방법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꾸어나가면 됩니다.

주위에서 장난 반 진담 반으로 간사하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웃긴 얘기지만 저한텐 간사하는게 더 재밌습니다.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재정이 문제긴 한데, 어차피 지금 받는 봉급도 헌금하고 나면 초임 전도사 봉급보다도 적게 남습니다.

근데요.
캠퍼스에서 간사로, 해외에서 선교사로 학생들을 도전하고 가르치고 나서,
목장에서 양을 이리떼에게로 내보내듯 그렇게 학생들을 내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4년동안 가르치고 나서, 사실은 너희가 나갈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말만을 하기는 싫습니다.

대신에
일터에서, 사회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직장에서 사람들을 하나씩 교회로 빼돌려서가 아니라, 그 일터의 현장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기업을 마치 돈귀신 들린 쓰레기처럼 여기는 거짓된 메시지와,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조종당하고 있는 우리네 생산경제활동을 방치한 채, 그 이후의 노력은 개인에게 맡겨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회사에 들어간 이후로 오히려 책을 더 많이 읽고 있습니다. 이번달에는 책을 8권을 사놓았습니다. 성서에 나타난 가난, 투자기법, 회계, 리더십, 강점혁명, 조직 등등. 와웸에서 배운 감각들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현장에서의 감각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앞으로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을 준비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의 일은 시작에 불과했고,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근데.비전그룹은.내.생각대로는.도저히.되지.않네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정말 놀라운 비전들을 가지고 변화시켜나가는 것을 보고 싶은데.
돈과 시간과 열정과 생각과 사랑을 쏟아부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비전을 찾아 헤메며 떠나네요.

교육과 의료와 목회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영역으로는 쉽게 가도,
진정 우리네 삶이 함빡 담겨있는 더 큰 삶의 영역에서는 그저 개인적인 신앙으로 머물러버리는걸까요.

아이들을 교육해서 내보내도 그들은 여전히 냉혹한 사회 속에 내동댕이쳐질텐데,
사람들을 고치고 또 고쳐줘도 그들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와 가난함과 열악한 위생환경, 예방환경은 여전할텐데,
지친 마음을 끌고 교회로 오는 사람들을 달래고 달래고 북돋아서 보내도, 그들이 변화시켜야 할 곳은 그 바깥인데.

그 불모지에 돈벌러 가는 사람은 있어도 사역하러 나가는 사람도 있는걸까. 있긴 있는 것 같은데.

하고 싶은 것은 많고, 해야 할 것들도 많습니다.
주님,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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